<김한수 평론가
(전 국제금융원구원 원장)>

[평론=LPN로컬파워뉴스] 김한수 정치·경제 평론가, 김한수 평론가, 원전정책에 대한 세계각국의 현황과 우리의 문제

1. 개 요

세계적인 추세가 정말 ‘탈원전’으로 가고 있는가? 1988년 이후 전 세계 원전 개수 총합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1954년 시작되어 440여개에 이른 후 30년 동안 이를 유지하고 있는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 약 60개의 원전을 줄이는 동안 한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은 원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2017년 전 세계에서 새로 추가된 원전 설비용량이 2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점으로 미뤄 ‘사양산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중 절반을 경제 성장을 위해 에너지 소비량이 급속도로 증가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2016년 10월 20년 만에 미국은 신규 원전을 가동했다. 미국은 현재 4기의 신규 원전을 짓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도 지난해까지 5기를 재가동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대만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탈원전이냐 계속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2. 세계주요국의 원전 현황

(1) 일본의 원전 재가동 그리고 원전 수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국내 원전 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원전 관련 기업들은 신사업 구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5년 8월 '원전 제로' 정책 시행 이후 약 23개월 만에 다시 원전 가동을 시작하면서 원전 기술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가 일본은 원자력은 저비용(발전단가)의 장점이 있고 온실가스 배출도 없으므로 장기적으로 원자력발전을 안정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원전은 1기 건설에 5000억 엔(약 5조원)이 드는 대형 인프라스트럭처이다. 일본은 현재 인도 이외에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등 4개국과 원전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장기적인 원자력 이용 방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원자력 정책의 장기적 방향과 관련해 원전의 안정적인 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했다. 일본이 원자력의 안정적인 이용을 요구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일본과 인도는 2010년 6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자력협정 체결 교섭을 시작했다.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것은 1972년(프랑스), 1986년(중국)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와 중국은 일본과의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NPT에 가입했다. 일본은 인도가 지금까지 두 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NPT 가입을 거부하고 있으나 2008년부터 '핵실험 모라토리엄(자발적 동결)'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결 교섭을 진행했다.

2015년 12월 아베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기본 합의를 거친 뒤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후 국회통과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발효되기에 이르렀으며 일본이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14개로 늘었다.

2022년 인도 인구가 약 14억 명으로 예상돼 중국을 누르고 세계 인구 1위 국가로 도약할 전망이다.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인도는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중 25%를 원자력발전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 대만 원전 재가동

대만 행정원 원자능위원회(원자력위원회)는 2017년 6월 가동 중단 상태인 원전 2기의 재가동을 잇달아 승인했다. 타이베이(臺北) 인근 신베이(新北)시 궈성(國聖)원전 1호기가 9일에, 남부 핑둥(屛東)현 마안산(馬鞍山)원전 2호기가 12일 각각 재가동에 들어갔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예비율이 주의(6%) 단계를 넘어 3.52%까지 떨어지자 블랙아웃(대정전)을 우려한 대만 정부가 놀고 있던 원전을 긴급 '소방수'로 투입한 것이다. 앞서 대만전력공사는 "(대만이 보유한) 원전 6기 중 1기만 가동하면 급격히 늘어나는 여름철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원전 재가동을 요청했다.

원전 재가동을 결정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지난해 대선에서 "대만을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그는 선거 기간에 "나는 사람이다. 나는 핵에 반대한다(我是人, 我反核)"라는 구호로 원전 반대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집권당이 된 민진당은 지난 1월 전기사업법에 '오는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완전 중단시킨다'는 조항을 추가해 탈(脫)원전을 되돌릴 수 없도록 못박았다. 민진당은 "원전을 중단해도 전력 위기도 요금 인상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차이 총통 취임 이후 '현실'은 선거 '공약'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석탄·석유 같은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대만은 전체 에너지원의 97.5%를 수입에 의존한다. 반면 중국의 압박으로 외교 고립이 심화돼 에너지 수급은 불안하다. 겨울철을 빼면 연중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더운 날씨, 양질의 전력 수요가 절대적인 산업구조도 부담이다. 전력 예비율이 6% 아래로 떨어지는 '주의' 단계가 발령된 것도 2013년 1일에서 2014년 9일, 2015년 33일, 2016년 68일로 급증하고 있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은 지진이 잦은 자연환경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게 큰 역할을 했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지진대에 있는 대만은 1700년대 이래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26회, 6.0 이상의 지진이 68회 발생했다. 1999년에는 대만 중부 난터우(南投)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2415명이 숨졌다.

타이베이에서 동쪽으로 56㎞, 차로 1시간 거리 해안가에 있는 룽먼원전은 1999년 착공 당시 2006년과 2007년 1, 2기를 차례로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과 연대한 민진당·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15년을 끌었다. 2014년 당시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반핵(탈원전) 시위에 굴복해 한시적으로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2016년 대선에서 비핵 국가를 공약으로 내건 차이 총통이 집권하면서 결국 가동 한번 못해보고 폐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1년 3월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반핵 여론이 높아지면서 타이베이 시내에는 '반핵(反核)' '후쿠시마가 되풀이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글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크다. 지난달 22일 국민당 싱크탱크와 국가정책연구재단이 성인 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6%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더 높은 전기요금을 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원전 재가동으로 2025년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지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선 차이 총통의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21%로 떨어졌다.

(3) 미국 원전 추가 건설

미국은 천연가스와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발전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분의 1이다.

미국에서는 약 100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고 현재 4기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은 주춤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 때 다시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 추진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0년대 중반까지 미국을 에너지 순 수출국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현재의 미국 정부는 배출가스가 거의 없는 원자력이야말로 깨끗한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셰일 가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앞으로 변수가 되겠지만 에너지원 배분 차원에서도 미국이 원전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영국 원전 추가건설

영국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모델(APR-1400)을 채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영국 정부는 북서부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맡은 '뉴젠' 컨소시엄에 한국형 원전 모델을 채택해도 된다고 통보했다.

당초 영국은 한국형 원전 도입은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으나 입장을 바꿔 한국형 원전 채택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PR-1400은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원전 모델이다. UAE에 수출된 모델과 동일하다.

(5) 독일의 탈원전

미국 캘리포니아가 90년대 초까지 대부분의 원전을 중단하고 난 이후 2000년 6월 대규모 정전과 같은 캘리포니아 에너지대란을 경험하였다. 캘리포니아는 아직도 33%의 전기를 이웃 주로부터 수입하여야 하며 독일도 이웃 국가로부터 전기를 수입하고 있다.

독일이 탈원전한 것은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핵물리를 포함 과학기술의 세계적 강국이던 독일의 물리학은 도이치피지크를 앞세운 히틀러의 등장으로 급속히 몰락하였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우수한 물리학자들이 추방/도피하였고 하이젠베르그와 같이 끝까지 독일에 남은 물리학자들에게도 히틀러는 강제로 원자폭탄제조를 지시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전범에 대한 처벌과정에서 이러한 핵물리학자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미쳤다.

실제로 과거 독일은 수차례의 원전 운전 사고를 경험했으며 현재 독일의 원전 기술은 벨기에 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과 같이 안전의 기준이 확고한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전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지당 인구밀도가 적어 월등한 자연조건을 가진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을 상당히 증대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사실은 독일은 아직도 전체 에너지의 40%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큰 단점은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인 석탄 화력을 퇴출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도 40% 석탄 발전하고 있다.

(6)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탈원전

스위스 국민들은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는 국민투표안을 지난 5월 가결시켰다. 그러면서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방향의 ‘에너지 전략 2050’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 일부 정당은 에너지 전략 2050이 가결되면 4인 가구 기준 연간 3,200프랑(약 372만원)의 세금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스위스 정부가 1984년부터 2016년까지 이미 네 차례나 탈원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매번 반대가 우세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폐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넘어서면서 이번에는 탈원전 찬성 여론(58.2%)이 우세하게 바뀌었다.

스위스의 탈원전 결정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가능했다. 수력발전이 발전 비중 60%에 육박한다. 스위스뿐만 아니다. 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 중서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원전 벨트’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모두 대안이 있다. 독일은 갈탄이 풍부해 원전 대신 화력발전으로 버티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 4기를 모두 폐쇄한 이탈리아는 산유국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 1970년대 원전을 완공하고도 국민들의 반대로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았던 오스트리아 역시 수력이 발전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3. 발전단가의 문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NEA)와 IEA(국제에너지기구)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풍력·태양광 발전 비용은 원전보다 4배가량 비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은 태양광이 싸고 원전이 비싸지만 한국은 반대다"면서 "나라마다 구조가 다른데 미국 사례를 짜깁기해 한국도 그런 것처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나라마다 발전 단가가 차이 나는 이유는 발전 설비 건설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다르고 경제·지리적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2015년 발간됐으며 2020년 운영에 들어가는 전 세계 181개 발전소 발전 단가를 분석했다.

정부는 미국 자료를 인용, 원전이 더 이상 싼 발전원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OECD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원전 발전 단가가 ㎿h당 28.6달러로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나와 있다. 미국(54.3달러)은 우리보다 2배 비싸다. 발전 단가에는 설비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발전 운전·유지 보수비, 연료비, 해체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반면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한국이 비싸다. 태양광 발전 단가는 일본이 180.5달러로 가장 비싸고, 우리는 101.9달러다. 반면 미국(53.5달러)은 우리 절반 수준이다. 육상 풍력도 미국(32.7달러)은 우리나라(111.6달러) 3분의 1 수준이다.

원전 발전 단가는 건설과 운전·유지 보수 비용에 좌우된다. 우리나라 원전 건설비는 ㎿h당 평균 10.4달러로 미국(30.8달러) 3분의 1 정도다. 발전 용량 2.8GW인 신고리 5·6호기 건설비는 8조원인 반면, 2.4GW인 미 보글 원전 3·4호기는 32조원을 웃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매년 1기꼴로 원전을 지어온 노하우가 있어 건설 비용을 낮추고 있다"면서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년 가까이 원전을 짓지 않다 보니 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비용이 비싸진 것"이라고 말했다.

육상 풍력과 태양광 발전 단가도 설비 건설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토지 비용 등을 포함한 건설비가 미국보다 2~4배 비싸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패널 자체는 가격이 비슷하지만, 일조(日照)량이나 일조 시간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차이가 크고, 미국은 발전용 부지가 싸다 보니 발전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원전을 해도 신재생에너지나 LNG 발전으로 부족한 전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기요금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OECD 보고서에서 나온 2020년 우리나라 LNG 발전 단가를 보면 낙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LNG 발전 단가는 115달러로 미국 2배에 달한다. 원전과 비교하면 4배다. 우리 LNG 발전 시설 건설이나 운전·유지 보수비가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발전 단가가 미국보다 비싼 건 원료비 때문이다. 우리나라 LNG 발전 원료비는 ㎿h당 95달러로 전체 발전 단가의 82%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 LNG 연료비는 우리나라 절반도 안 된다. 우리는 LNG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 원료비가 비싸다. 발전 단가도 LNG 국제 가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원전·석탄 발전 단가는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LNG 발전 단가는 2배 올랐다. LNG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OECD보고서는 "2010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원전 발전 단가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원전 발전 단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4. 탈원전시 발생하는 문제

(1) 매몰비용(sunk cost)의 발생

매몰 비용은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하며, 함몰 비용이라고도 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업체인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등이다. 공사 수주 낙찰가만 1조1775억 원이고 컨소시엄 지분율은 삼성물산 51%(약 6000억 원)·두산중공업 39%(약 4600억 원)·한화건설 10%(약 1200억 원) 등이다.

현재 신고리 원전 공정률은 약 30%, 투입된 공사비용만도 1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건설 계약이 취소되면 정부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것으로 보이나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정상적으로 추진됐을 때 발생하는 매출과 이익을 감안하면 손해가 크다. Sunk cost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 지부터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 등은 최근 한수원에 공문을 발송했다. 원전 공사 중단의 법적인 근거와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 보전 방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정부 방침 외에는 공사를 중단할 합리적인 사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으로 손해배상 등 관련 소송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등 원전 공사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신고리 5·6호기뿐만 아니라 신한울 3·4호기, 천지1·2호기도 건설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들 4기는 착공도 시작하지 않아 사업 무산 가능성이 신고리 5·6호기보다 크다.

원자력발전뿐만 아니라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 등도 건설이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도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말 만료된 강원도 삼척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의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연장했으나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태다. SK건설이 수주한 고성하이 1·2호기, 당진에코파워 1·2호기 등도 공정률이 10% 미만이다.

(2) 탈원전하면 발전기술, 해외종속 우려 있다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국산화율이 높은 국내 에너지 환경은 도태되고 해외에 의존하는 ‘기술 종속’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되는 국내 원전은 거의 100%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되고 있다. 2016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신한울 1·2호기의 원자로냉각재펌프와 원전계측제어설비를 국산화하면서 원전의 핵심 기자재를 100% 국산화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원전사업은 독자적인 해외 진출 기반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LNG나 신재생에너지들은 현재 원료와 기술력 모두 해외 의존하여야 한다. LNG발전의 핵심 장치인 가스터빈은 미국·독일·프랑스·일본 업체들만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가스터빈은 1기에 600억 원이 넘고 정비를 위해 이들 국가에 지불해야 하는 돈도 연간 수십억 원이 소요된다.

현재 두산중공업 등이 가스터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제품 생산은 2019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일러와 증기터빈 등 실제 상용화에 필요한 부가 장치까지 설치한다면 LNG발전의 상용화는 시일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원료를 포함, 95% 이상의 자립도를 가진 원전이 아직 필요하다”고 말했다.

(3) 탈원전은 외국인 투자를 감소시키는 요인될 것

한국 시장의 장점은 저렴한 전기료, 노동숙련도와 촘촘한 물류망이다. 그러므로 많은 외국기업이 한국에 왔다. 그러나 탈원전으로 전기료가 상승하면 해외투자자들이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값싼 전기료에 이끌려 한국에 진출한 기업은 적지 않다. 일본 기업이 대표적이다. 일본 기업은 한국에 많은 생산거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한국행이 더 많아졌다. 일본의 전기료가 크게 올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2015년 기준 일본의 산업용 전기료는 MWh당 162달러로 한국(94.9달러)보다 70%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일본의 화학업체 아사히카세이 케미칼은 2011년 울산공장을 증설했는데 당시 아사히카세이케미칼은 한국에 200억 엔(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자동차부품업체 쓰바키모토 오토모티브도 2200만 달러를 들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공장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소프트뱅크 같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속속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이유도 전기료 때문이다.

원전 사고가 난 이듬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액(FDI: Foreign Direct Investment)인 38억4379만 달러(약 4조3281억 원)에 달했다. 아사히카세이 케미칼과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도레이 첨단소재 두 회사는 200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등 국내 고용에도 기여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산업용 전기·수도·가스 비용은 세계적으로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2015년 전기료를 3% 인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 주 등은 전기료는 물론 법인세·토지임대료를 낮춰 기업 유치에 나섰다. 대만도 산업용 전기 가격을 2015~2016년 세 차례에 걸쳐 16.8%나 낮췄다. 간사이 전력 등 일본의 일부 전력회사들도 최근 기업용 전기료를 4~5% 낮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4) 전기료 인상의 문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을 매개로 한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인상률을 놓고 연구기관이나 전문가에 따라 적게는 11%에서 많게는 200% 이상까지 다양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공약이 충실히 이행되면 오는 2030년까지 가구당 전기요금이 월평균 5000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7% 수준인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고, 40%를 밑도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률을 60%까지 높이면 가정용 전기요금이 기존 정책을 유지했을 때보다 2020년 52원, 2025년 2312원, 2030년 5164원이 각각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가구당 전기요금(4만 6794원)과 비교하면 2030년까지 11.0%가 인상되는 것이다.

(5) 원전기술 사장의 문제

한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 1400이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 심사를 사실상 통과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1400이 NRC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위원회 1차 안전성 평가를 최근 통과했다고 4일 밝혔다. 한수원은 "1차 평가에서 전체 2200여 개 심사 질의 항목 중 안전과 직결된 2000여 개를 통과해 사실상 안전성 인증을 확정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일부 보완 조치를 거쳐 내년 9월이면 인증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PR1400은 2015년 3월 설계 인증 사전 심사를 통과하고 본심사를 받고 있다. 미국 NRC 설계 인증을 받으면 미국 내 수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탈원전이 학정되면 이러한 기술이 사장될 수 있다. 따라서 원전 플랜트 및 노하우의 국외수출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6. 결 어

우리나라의 원전은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 흥망의 갈림길에 있다. 문재인은 대선시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렀다. 지금 이를 이행하는 고정에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대만의 비핵 진영의 논리와 행보가 한국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행보와 닮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는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2025년 신재생에너지 20%'와 판박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을 내린 울산 울주군의 신고리 5·6호기는 대만의 룽먼원전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한국의 탈핵 진영은 2000년대 초부터 대만과 연계해 경험 공유, 주민투표 추진, 탈핵 교육, 안전 문제의 정치 이슈화 등 유사 전략을 추진했다"고 했다.

우리가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이 약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6일 이집트의 첫 번째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이집트 정부와 최종 합의했다. 러시아와 이집트는 2022년까지 이집트에 1200㎿급 원전 4기를 짓는 내용의 협약을 2015년 맺고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협상을 벌여왔다. 이번에 1·2호기 계획을 확정 지은 것으로,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이 건설을 맡는다. 이집트 원전 4기의 총 사업비는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이다. 러시아가 요르단이 추진하는 첫 번째 원전 도입 프로젝트와 관련, 자금 지원 방안 등 협상에서 진전을 보였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요르단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총 100억달러 규모로 1000㎿급 원전 2기를 지을 계획이다.

중국은 캄보디아와의 원자력 협정 체결이 임박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과 원자력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우선은 의료 등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장차 원전 건설 분야로 협력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세계 원전 업계는 보고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현재 원전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나라는 35개국이며 현재 기술과 자금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 수 있는 곳은 한국·중국·러시아로 좁혀진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국의 수출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추세로 보아 문정부가 탈원전을 결정하더라도 그의 임기 내에 다시 원전재가동으로 전환될 것이 확실하다. 문재인대통령은 타국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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