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LPN로컬파워뉴스]도화경·정혜옥

지난 5/28 구의역에서 발생한 고장 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회에 나온 지 7개월밖에 안되는 19세 비정규직 청년의 사망 사건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전동차의 기관사를 꿈꾸었던 청년이다.

본인과실로 결론을 낸 서울메트로에 화가 난 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빈소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사고로 뒷통수가 날아간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면서 어머니도 그날 함께 죽었다고 한다.

살아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의 명예를 되찾아주고 싶다는 어머니는 자식을 기르면서 책임감 있게 반듯하게 가르친 것을 후회하는 말도 하였다. 속이 깊고 착한 아들을 어이없게 떠나보낸 어머니의 분노가 고스란히 와 닿는다.

그는 백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타서 동생에게 용돈을 주고 조금만 참으면 공기업의 정규직이 된다는 희망을 갖고 끼니까지 걸러 가며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씻지도 못할 만큼 지쳐 쓰러져 잠들었던 착한 아들이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안전문의 오작동 건수는 연간 2700~2800건으로 사건이 나던 그날도 사망한 김군(19세)을 포함하여 6명이 49개역의 장애가 발생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해야 했다고 한다. 2인1조로 정비작업이 이루어져야함에도 불구하고 ‘효율화. 비용절감’등을 이유로 내세워 사내하청으로 운용되는 턱 없이 부족한 비정규직 인원으로 인해 어이없는 참사가 재발한 것이다. 정규직으로 운용되는 5~8호선의 정비. 안전점검반에서는 단 한 건의 사망사고가 없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김모군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도 우리 아이가 온 몸이 부서져 피투성이로 안치실에 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 회사 쪽에서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우리 아이가 지키지 않아 그 과실로 죽었다고 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너무 억울합니다”라고 아들의 죽음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공공운수노조는 김군의 안타까운 죽음에 ‘외주화’가 있음을 지적하며 ‘서울시가 (안전사실에 대한) 용역 외주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5년간 발생한 스크린도어 정비 참사 3건의 원인을 본인 부주의로 결론지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참사를 당한 청년의 가방에서는 수리공구들과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 한통과 젓가락이 나왔다. 이를 확인한 부모와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수리에 나섰다가 컵 라면도 먹지 못한 안타까움에 있다.

1시간 이내에 스크린이 오작동 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보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니, 소수의 인력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려니 식사도중에도 긴급호출 명령을 받고 출동하여 밥 한 끼마저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었던 비정규직 청년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청년의 죽음 뒤에 서울메트로와 청년이 속해있는 용역회사인 은성PSD간에 불평등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6.6.3.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서울메트로의 용역 제안서에는 메트로 퇴직자 38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조건과 1인당 월 급여 402만원과 복리후생비 월 20만원, 퇴직금 442만원 등 38명에게 지급할 액수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메트로가 용역업체에 불평등 계약을 요구한 배경에는 메트로 노사 간의 2011년 정년 연장을 놓고 대립하던 메트로 노사는 ‘사측이 퇴직자의 분사 재취업을 알선하고 처우를 보장한다’고 합의하여 이에 따라 그해 설립된 게 은성PSD이며 이재범(62) 대표이사와 주요 주주는 서울메트로 퇴직 간부라고 한다.

메트로 퇴직자에게 월 422만원의 월급을 챙겨주느라 사망한 김씨와 비정규직 직원들은 월 144만원의 박봉을 받고 있었다.

2013년 4월 지하철 정비 용역업체인 ‘프로종합관리’ 소속 계약직 정비사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메트로 출신 직원과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복지 차별이 크다”는 진정을 냈는데, 인권위원회에서 서울시에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현재 비정규직 외주 용역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력 쥐어짜기, 헐값에 청년인력 부리기, 최저가 계약 강요하기로 대한민국에서 정비. 안전점검 등의 핵심업무와 조선, 철강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현장에 고루 분포해 있다.

박주선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19대 국회에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생명 안전 종사자 직접 고용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는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고 한다.

박주선 의원은 "이 법에는 철로정비 등의 업무도 생명 안전 업무로 봐서 직접 고용하게 규정하기 때문에 이 법이 통과됐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파견이나 외주인력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근로자는 낮은 소속감과 고용불안 문제로 안전 문제를 사용주에 소신껏 제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는 상시적, 지속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비정규직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고용과 신분이 안정된 근로자가 안전 업무를 담당할 경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직무 수행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고용이 안정되면 근로자 스스로 안전 보건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산업재해 예방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박주선 의원은 폐기된 “생명안전 업무 근로자의 직접고용에 관한 법률을 여야 합의로 공동발의해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법은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법으로 반드시 법률로 제정되기를 촉구한다.

선진국에서는 3D업종에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여 청소부도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삶에 만족하며 행복지수도 높고 이직율도 적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나라의 근간이 되는 3D업종과 관련하여 저임금에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똑 같은 비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높은 임금에 연금까지 보장받는다.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특혜를 비정규직 청년들에도 똑 같이 적용해준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일류 복지국가가 될 것이다.

-도화경 정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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